amazarashi · 2009
✏️ 자유 양식
[그러니 적어도 사람을 사랑해줘, 평생을 바쳐서 사랑해줘. 이 대단치도 않은 세상에서 이치에 맞추어 태어난 우리들.] 필자가 아마자라시를 통해 일본 가수의 노래를 찾아 듣게 된 시작이자, 불교적 사상에 눈을 뜨게 된 계기. 가사에서는 문학적으로 연쇄적 인과론을 극화하고 있으며, 흙에서 태어난 이가 다시 흙으로 돌아감은 윤회 사상으로 하여금 수미상관의 구조를 보이고 있으며. 2절에서는 개별성을 말살하는 폭력, 군중 속의 고독, 좌절된 특별함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토록 적나라하게 사회의 문제가 되는 현상에 대해 꼬집으면서도 그것이 전혀 자극적이게 느끼지 못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느꼈다. 고대의 조각가들이 여신의 나신을 조각하면서 에로스보다 그 극렬한 미려함에 시선을 빼앗김은 분명 이런 느낌이었을까? 게다가 작사가인 아키타 히로무는 노래 전반에서 드러낸 문제에 대해 유치하고 원초적이지만 강력한 답을 제시하는데,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모든 인간이 인간이기에 범할 수 밖에 없는 죄를 부정하지 않고, 그것을 토양삼아 그곳에 뿌리 내려 꽃이 피어난다면. 그리고 그 꽃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끼며 우리가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 이 얼마나 불결하지만 고결하고, 추악하지만 자체로 진선미에 닿아있는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무의미해보였던 비극의 굴레가. 비로소 의미를 되찾고 가치 있는 세계를 표현하게 되는 것은 당시의 필자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가. 필자는 본디 '무의미한 반복'을 경멸했다. 다만, 그토록 싫어하는 역사의 굴레가 다시금 비극을 낳을 것임을 알고있음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것에 그저 한없이 세상이 혐오스럽고, 그런 세상 속에서 삶을 놓지 못하는 나 자신의 추악함을 견딜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노래를 들으며 많은 사상을 접하고, 배우며, 깨달음과 함께 성장한 나는 이제 알고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흙으로 돌아가 꽃을 피울 준비를 하는 것, 그리고 이 척박한 땅 위에서 누군가를 사랑하며 나의 생을 양분 삼아 내일의 사랑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 내게, 이 비극적인 세계에서 태어난 의미를 묻는다면 분명 논리적인 답을 내놓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다만 그저 말없이 그의 손을 잡고, 이 이치에 맞는 비극을 함께 걸어갈 뿐이다.

포로리집사
4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