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후기
계절범죄 (Feat. 새빛)
미로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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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삶의 어느 길목에서 ‘망각’이라는 도피처를 꿈꾼다. 이를테면 너무 뜨거워 데어버릴듯한 여름의 첫사랑이나, 살을 에듯 시린 겨울의 상실 앞에서. 혹은 이성을 마비시키는 봄의 꽃향기나 숨막힐듯한 고독을 보이는 가을의 낙엽까지. 우리는 기꺼이 그 기억을 도려내고 싶어 하며. 이 노래와 소설은 바로 그 지독한 유혹과, 그 유혹에 응한 대가가 무엇인지 그려내었다. 이 작품은 묻는다. "그토록 아픈 겨울마저 나의 것이라며 나로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나를 팔아넘기고 괴물이 되겠는가?"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짊어져야 할 기억의 무게에서 기인한 것이리라. 그렇기에 소설의 주인공이 맞이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슬픔이다. 분명 그 누구라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기에. 봄의 끝자락, 여름의 초입에서 글을 쓰며 생각컨데. 내 삶에서 계절을 지우면, 나는 무엇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여름을 싫어한다. 그리고 상기했듯, 여름이 오고있다. 다만, 그토록 싫어하는 여름이 올 것임을 느낌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받아들이고, 견디며. 그 여름 속의 나를 양분삼아 가을과 겨울의 나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 내게, 나의 여름을 팔 것이냐 묻는다면. 분명 팔 수 있을만한 것이 되지 못할테다. [지우고 싶은 흉터들이 모여 비로소 하나의 '계절'이 되었다. 돌아보니 그 계절들이 곧 ‘나’였다.]

포로리집사
21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