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후기

트랙

flos

R Sound Design · 2018

fl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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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 양식

개화. 활짝 피어난 꽃은 그 자체로 생명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설명한다. 다만 문학의 관점으로 볼 때, 꽃이란 아름답지만 언젠가는 질 수 밖에 없는 가련한 운명임을 부정할 수 없다. 어찌 부정하겠는가, 삶이란 본래 그런 것임을. 상술하였듯, 꽃은 절정의 순간부터 시들어가기에. 생명의 찬란함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죽음을 내포하는 이중적 상징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분명 이 노래는 절정보다는 퇴락에 중점을 두었으며. 굳이 꽃이어야만 했던 이유는 아마도, 그 아름다움의 쇠함과 지독한 잔향에 있지 않을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전반부와 후렴구에 나열된 꽃들은 대부분 향이 강한 꽃들이기에. 지독한 잔향이라함은 분명 상실의 고통을 감각의 과잉으로 덮으려 시도함일테다. 또한 가사에서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시각적 이미지는 대부분 이 곡이 지향하는 부패의 미학을 드러내는데. 이는 화자가 처한 상황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폐하였음을 알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나 가사 중 “헛된 나날을 정중히 잇댄 종이에 꽃을 그렸어”라는 가사는 이미 꽃은 전부 져버렸기에, 그 잔재에 꽃을 그려 흔을 남기리라는 의미로 생각된다. 결국 화자가 노래하는 것은 ‘꽃으로 전하는 정중한 기록’이라. 맹세했던 것들은 없었던 일로 했음에도, 차마 그 잔향만은 놓지 못해 잔재를 이어낸 위에 꽃을 그려낸 처절함. 이미 하늘은 녹슬었고, 지나간 나날들은 그을렸기에. 꿈의 끝에서 흔들리는 그 포근하게 핀 꽃에는 영영 닿을 일이 없다. 그저 그 모든 것을 정중히 갈무리 하여 그 위에 꽃을 그려낼 뿐. 과거의 맹세와 꿈을 없었던 일로 부정하며 서사를 종결지었지만, 종이 위에 지워지지 않는 꽃 그림이 남는 것으로 노래가 마무리 된다. " 그을린 나날을 정중히 장식한 꽃은 곧 말라져가 우둔한 나는 꿈에서 깨고서 의지했던 의미도 없어 헛된 나날을 정중히 잇댔던 종이에 꽃을 그렸어 불우한 우리들 꿈에 져버리고, 맹세했던 터도 없었던 걸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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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리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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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