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후기
트랙
白日
King Gnu ·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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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든 작든 누구나 죄를 짓거나 저지르거나 상처를 입거나 해서 그래도 살아 있는 거지요. 그럴 때 마음의 상처를 살며시 보듬어주는 주인공 쿠로카와 타쿠와 같은 존재만큼 소중하게 여기고 싶습니다. 제가 쓴 곡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삶의 어느 지점에서 '완벽한 백지'가 되기를 갈망한다. 어제 범한 과오를 눈으로 덮고, 아침에 눈을 뜨면 전혀 모르는 타인이 되어 있기를 바라는 그 마음은 구원이기보다 차라리 비겁한 기도에 가깝지 않은가. 화자가 바라는 '새하얀 안녕'은 달콤하지만 허구다. 눈이 아무리 쏟아져 세상을 지워버린대도, 그 아래에는 여전히 어제의 내가 밟고 지나온 진흙탕 같은 오늘이 이어져 있기에. 결국 이 곡이 닿는 곳은 '어쩔 수 없는 지금'을 살아내는 비참한 긍정. 천국인지 지옥인지 모를 내일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는 이유는 우리가 깨끗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한두 개쯤 품고 사는 것이 인간의 운명임을, 그리고 그 지긋지긋한 후회마저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봄바람이 불어오면 덮어두었던 눈은 녹고, 숨겨두었던 나의 이름과 과오들은 다시 명백한 ‘백일‘ 아래 드러날 것이나. 화자는 이제 그것을 두려워하며 얼려버리려 하기보다, 그 "아슬아슬하게 연결된 지금"을 묵묵히 걸어가기로 한다. 그것이 비록 후회뿐인 인생일지라도, 둔감했던 자신을 일깨우는 유일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포로리집사
5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