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꾸는바다
2일 전
깊은 슬픔 깊은 슬픔은 사건이 일어난 순간에 오지 않는다. 당시에는 상황을 인지하기도 어렵고, 의미를 파악하지도 못한다. 사건으로 슬픔, 깊은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깨닫는다. 슬픔은 사건을 감내할 때 찾아온다. 꾸역꾸역 찾아오는 슬픔을 감내하며 어떻게든 살아내야 할 때, 그것이 견디기 힘든 슬픔임을 인식한다. 늘 그렇듯 나는 많은 것을 간접 경험, 책이나 영화, 건너 들은 이야기로 접했다. 책은 사건의 여러 면을 차근차근 드러내기에 현실보다 더 잔인하고, 더 서늘하다. 레일라 슬리마니의 '달콤한 노래'는 한 사람의 삶을 감정 없이 차분히 관찰하며 보여준다. 어디서 비롯했는지 모를 절망, 절망이 불러일으키는 슬픔, 파멸적 결과, 사건에서 비롯한 슬픔이 아닌 존재 바닥에 깔린 슬픔을 보여준다. 사건 이전부터 누적된 절망, 절망에서 비롯한 슬픔, 그리고 파국적 결말까지. ‘달콤한 노래’가 사건 이전에 집중한다면,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와 "생일"은 사건 이후를 다룬다. 별생각 없이 즐겁게 살던 사람이 맞은 사건. 감당할 수 없는 큰 사건. 사건 이후 슬픔이 오래도록 지속된다. 지속하며 점점 더 깊어진다. 슬픔을 꾹꾹 눌러 숨기며 살아가기에 더 깊어진다. 깊이 스며든 슬픔은 다른 감각을 무디게 한다. 희열과 환희 같은 반대 감정뿐 아니라, 공포나 위협 같은 생존을 위한 감각까지 무디게 한다. 반면 의미를 찾는 생각은 더 넓어진다. 결론은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 하며 냉소적이지만 말이다. 슬픔은 고요하고 차분하지만 스멀스멀 감정 전체를 잡아먹는다. 그러니 간접 경험으로 접하는 게 훨씬 낫다. 직접 경험하면 감당하지 못하고 온통 감정에 휩싸여 헤어나지 못할지 모르니까. 간접 경험으로 접하면 자신의 감정은 온전한 채,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해주니까.

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은이), 방미경 (옮긴이)